2010-12-07
예술은 기본적으로 소통의 산물이다. 오늘날, 예술이 가진 다방향성은 예술가와 대중의 소통을 넘어서서 이종간의 다양한 해석에까지 이르러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12월 1일에 그 막을 연 2010 ATU(Alternative, Translate, Universe)는 이러한 예술과 예술 사이의 소통을 충실하게 담아내고 있는 행사이다. ‘6개의 드라마와 6개의 타이틀 매치 그리고, 의문의 사건’이라는 주제 아래 진행될 이번 2010 ATU의 면면을 살펴 보았다.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예술장르 간의 소통에 관한 논의들은 그간 지치지 않고 제기되었던 화두이다. 하지만 소통과 통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되었던 이러한 시도들은 아쉽게도 자기복제의 식상함으로 이어지곤 했던 것도 사실. ATU는 바로 이 지점에 대한 문제의식에서부터 시작된다. 음악과 영화, 비디오 아트와 미술 등의 장르가 서로의 형태를 빌어 서로를 ‘해석’하는 것에 주안점을 둔 이번 행사는 그 시도 자체만으로 매력적이다.
이번 2010 ATU는 크게 두 개의 섹션으로 나뉜다. 여섯 개의 드라마를 중심으로 구성된 내러티브 인터렉션과 매칭 트랜슬레이션이 바로 그 것. 각각 영화와 영상, 음악, 미술전시 등이 하나의 꼭지로 구성된 내러티브 인터렉션에서는 공통의 드라마 주제를 가진 서사적 구조 안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진행한다. ‘오프 더 트라우마’, ‘역설적 리얼리티’, ‘노랗지만 차가운 이야기’, ‘이렇게 슬픈데 웃음이 나요’, ‘기억에 관한 오해’, ‘리얼리터 오버 버츄얼’ 등의 여섯 개의 드라마는 오석근과 방정아, 조문기, 위영일, 수경, 신창용의 전시 작품을 중심으로 흐른과 이완, 어른아이, 하이미스터메모리, 키비, 이종성, 정민아 등의 뮤지션 혹은 비디오 아티스트들의 해석이 덧붙여진다. 장르간의 유기적인 작품 해석은 ‘이야기’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이렇듯 새롭게 태어난다.
두 번째 섹션인 매칭 트랜슬레이션은 번역에 관한 매칭이다. 미술가는 음악가의 창작곡을 듣고 자신만의 시각적 방법들을 동원하여 해당 음악을 재해석하고 음악가는 미술가의 작품을 음악으로 재해석한다. 이렇듯 다양한 작품들은 영화관의 스크린 혹은 음악가의 뮤직 퍼포먼스로 동시에 진행되며 두 장르 간의 공통분모가 될 수 있는 영화로 그 번역을 완결한다고. 김미나와 이아립, 김병권과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미쉘과 황보령 등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소설가 김영하의 작품은 밴드 MOT의 멤버인 이언을 통해 미디어 아트로 재 탄생할 예정이다.
홍대 앞 상상마당에서 다음 해 1월 22일까지 진행될 이번 행사는 여러 가지 사례와 구조를 통한 예술 향유의 통로와 매체의 다각화의 가능성에 대한 색다른 실험의 장이 될 예정이다. 이번 행사의 총 감독인 닷라인 티비의 문예진 감독을 만나 이번 행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Jungle : 두 번째로 진행되는 ATU이다. 처음에는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나?
닷라인티비라는 미술방송을 하고 있다. 미술은 다른 장르에 비해 대중들에게 소외되어 있는 예술장르이다. 이런 부분에 문제의식을 느껴왔고 대중적인 어법을 가미한 미술 매체를 만들어보자는 목적에서 닷라인티비를 시작했다. 같은 것을 얘기하더라도 재미있게 유머를 섞어가면서 한다면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겠나. 효과가 의외로 너무 좋았다. 언론의 관심도 많이 받았고. ATU도 그런 연장선상에 있다. 전시형식과 외부적인 구조, 시스템을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했다. 그냥 전시는 다른 곳에서도 많이 하는데 굳이 우리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나. 다양한 방식의 변형이 있을 예정이다. 영화관에서 비디오아트와 음악을 함께 즐긴다던가, 퍼포먼스를 한다던가 하는 방식으로. 장르간 번역이라는 것이 참 매력적이지 않나. 그 과정에서 ATU가 생겨났다. 각 장르의 소통을 통해 대중문화와 순수예술의 장점을 아우르려고 노력하고 있고 호응도도 높은 편이다. 전시의 한 부분처럼 여겨지던 비디오 아트나 퍼포먼스를 집중하고 볼 수 있으니까 매력적이라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Jungle : 1회 행사랑 비교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1회는 실험적인 내용들이 많았다. 미술보다는 음악을 중심으로 진행된 편이었는데 올해는 미술이 모든 프로그램의 중심에 있다. 주제를 뽑을 때도 미술을 위주로 뽑았고, 미술을 중심으로 창작의 줄기가 뻗어나도록 했다. 전시 음악 영화 비디오 아트 등 네 가지 형태의 장르를 차용했지만 목소리는 미술 하나로 아울러진다.
Jungle : 이번 행사에 참여하는 작가들이 다양하다. 섭외의 기준이 따로 있었나?
모든 전시가 그렇겠지만 큐레이터의 취향이 어느 정도는 들어가기 마련이다. 세계관을 비롯한 나만의 생각들을 배제하기는 힘들다. 평소에 전시를 위해 리서칭을 많이 하는데 지난 행사 후 1년 동안 지켜 보고 기억 속에 저장을 해둔 작가들이다. 작가들이 활동하는 베이스가 다양한 편이다. 아주 메이저 하다던가, 아주 마이너 하다던가. 더불어 나의 선호 취향이 원래 사회적인 문제에 집중하고 있지만 감성을 잃지 않은 작품들을 좋아한다. 그런 요소들이 충족되는 작가들 위주로 섭외했다.
Jungle : ‘6개의 드라마와 6개의 타이틀 매치 그리고, 의문의 사건?’ 이라는 주제가 인상적이다. 어떤 의도에서 정하게 되었나?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내러티브를 중심으로 각 작가들이 의식하고 있는 사회적, 문화적 내용들을 중심으로 각자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개막 퍼포먼스로 진행되는 ‘웁쓰양’의 ‘영화관 그림장수 압수 수색 사건’은 노점에 대한 사회 불평등적인 부분들을 이벤트화시킨 내용이다.
Jungle : 최근 가장 주목하고 있는 사회적 이슈가 있나?
전반적으로 사람들이 사회문제에 대해 무관심해지는 상황인 것 같다. 뭔가 사람들이 지쳐있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2, 3년 전엔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소통이 되지 않으니 서서히 지쳐간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전혀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 건 위험하다고 본다.
Jungle : 이번 행사의 주제의식을 충실하게 담아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전시나 공연을 꼽는다면?
솔직히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모든 프로그램에 애착이 간다. 그런데 굳이 꼽자면 프랑스 작가 미쉘과 황보령, 영화 경계도시가 함께 한 섹션이 그 범주에 드는 것 같다. 이 프로그램 같은 경우는 다른 것과 진행이 다르다. 갑자기 공연이 멈추고, 암전이 된다. 암전 2분 동안 가만히 있다 화면 한 구석에서부터 충격적인 영상이 진행되는 것이다. 나도 처음엔 굉장히 놀랐다. 현실에 대한 반영이다. 개인적으로 욕심이 가고 대중적인 성격을 갖춘 프로그램은 이완의 비디오 아트인 것 같고, 오석근의 철수와 영희 교과서 시리즈 프로그램도 인상적이다. 한국사회의 비정상적인 경제개발로 인해 폐허가 된 도시에서 철수와 영희의 인형탈을 쓴 주인공이 탈선행위를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한국사회만의 단면들을 상징하는 것 같다.
Jungle : 이번 행사는 1월 20일경까지 진행된다. 관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너무 거창하게 얘기하긴 했지만 그리 거창하지 않다. 음악이나 미술, 영상 등에서 입맛 당기는 것을 보셨으면 한다. 구조를 만드는 것은 우리지만 보시는 분들은 그 구조를 굳이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스스로의 취향대로, 미술도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라는 생각들을 하면서 보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