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22
온 나라가 광장이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굳이 중립국으로 향하는 배에 오르지 않아도 되는. 소통의 유무는 둘째 치고, 이렇듯 자유로운 의사표명이 가능해진 건 아무래도 다양한 소셜 네트워크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새롭게 예술가들의 역할에 대해 질문을 제기하는 전시가 있다. 대안공간 루프에서 진행되고 있는 ‘여론의 공론장’ 展이 바로 그 것. 예술을 통한 사회변화를 촉구하는 작가들의 열 일곱 개의 시선이 담긴 이번 전시를 둘러보았다.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예술가가 현실에 관여해야 하는가?’ 라는 명제는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문화일반에서 되풀이 되어 온 질문이다. 예술의 순수성과 사회참여는 왠지 한 그릇에 놓을 수 없는 음식처럼 느껴지기 때문. 하지만 19세기 독일 바이마르 시대와 러시아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의 생각은 달랐다. 그들은 예술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 거라고 여겼고 그를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진행했다. 이런 그들의 노력이 무산된 건 순식간이었다. 매스미디어라는 괴물이 예술의 저변을 집어 삼키면서부터. 매스미디어 산업의 급속한 발달은 대중을 향한 예술의 발언권을 앗아갔고, 예술은 단지 투자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사람들은 TV와 신문 등의 매스미디어를 통해 왜곡된 사실을 접하기 보다 직접 그 ‘사실’을 온 몸으로 받아들인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를 통한 SNS의 급격한 발달 덕분이다. 사람들이 저마다 각각 하나의 매체로써 기능하는 현실에서 매스미디어의 영향력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정치적 이념’ 보다는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삶’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 공정과 윤리, 그리고 정의가 사람들의 삶 속에 스며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회적인 변화는 예술계에도 새로운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이번 전시 ‘여론의 공론장’ 展은 바로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에 착안하여 기획되었다.
‘여론의 공론장’은 예술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예술가들과 이론가들의 온, 오프라인 커뮤니티를 기본으로 구성되었다. 온라인을 통해 전 세계의 다양한 사회적 이슈들을 토론하고 그에 대한 대안과 해법들을 작품으로 승화시킬 예정이다. 2년마다 같은 패턴으로 열릴 ‘여론의 공론장’ 展은 올해 12월 10일부터 이듬해 2월 6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