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13
‘오빠’를 외치는 아이돌과 ‘짐승돌’들의 현란한 무대만으로는 음악적 갈증이 채워지지 않는 이들, 그들을 위해 준비된 행사가 있다. 상상마당에서 네 번째로 진행하는 ‘레이블 마켓’이 바로 그 것. 특히 이번 레이블 마켓은 여느 해와는 조금 다르다.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소규모 레이블의 음악을 소개하는 기존의 역할에 더해, 미술작가 및 디자이너들과 뮤지션들의 콜라보레이션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Track 8’이라 명명된 이 섹션은 8팀의 뮤지션들의 음악을 바탕으로 제작한 작가들의 아트웍을 행사 기간 내내 감상할 수 있는 상설 전시이다. 각자의 색깔로 엮어낸 8팀의 전시 중 디자이너 SSBA와 킹스턴 루디스카의 작업은 조금 특별하다. 서로가 서로의 오랜 팬이었다 자부하는 이들. 이들과 함께 한 유쾌했던 한 시간을 기록한다.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Jungle :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초면은 아니신 것 같은데…
킹스턴 루디스카 오정석(이하 오)_ 킹스턴 루디스카의 트럼펫 오정석입니다.
킹스턴 루디스카 최철욱(이하 최)_ 트럼본의 최철욱입니다.
쓰바(이하 쓰)_ 그래픽 디자이너 쓰바입니다.
Jungle : 예전부터 서로 열렬한 팬이라고 들었다.
오_ 2006년에 ‘War is not answer’라는 공연을 한 적이 있다. 반전 공연이었는데 수익금을 전액 반전 기금으로 기부하는 뜻 깊은 행사였다. 그때 쓰바 작가님이 아트웍을 담당하셨고 우리는 공연을 했다. 그때 처음 알았는데 말을 나눌 기회는 없었다. 그때 포스터를 보고 한 눈에 반했다.
Jungle : 쓰바 작가님은 어떤 계기로 레이블 마켓에 참여하셨나?
쓰_ 섭외가 왔고, 관심이 생겨서 그냥 하게 되었다. 그때 큐레이터 분께서 관심 있는 뮤지션을 정해 보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나랑 킹스턴이랑 어울릴 것 같다고 했다. 우연의 일치였다. 나도 킹스턴 루디스카를 생각하고 있었는데(웃음)... 요즘 음악들, 비슷한 장르들이 많이 나오지 않나. 게다가 이번 레이블 공연 제목이 소규모 어쿠스틱인데 난 왠지 어쿠스틱스럽지 않은 뮤지션과 하고 싶기도 했고…
최_ 정확히 써달라. 10센티나 브로콜리너마저 스타일 말고 바로 우리를 원했다고(웃음).
쓰_ 솔직하게 그렇다. 요즘 나오는 인디음악들도 그 나름의 주류가 있지 않나. 너무 똑같으면 재미없다. 원래부터 이런 음악에도 관심이 많았고.
Jungle : 전시된 그림도 참 잘 어울린다.
오_ 그림 너무 맘에 든다.
최_ 우리는 레이블 마켓에 작년에도 참여했었다. 우리도 밴드에서 연주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 씬에 대한 팬이다. 사실, 처음 들어보는 밴드도 많은데 그 중에 너무 좋은 밴드들이 많더라. 이런 계기마저 없으면 없어질 수 있는 밴드가 많이 있다고 본다. 더군다나 이번 레이블 마켓의 경우는 쓰바님한테 함께 하자는 연락이 왔다. 참여하게 되는 것도 너무 좋은데 쓰바 작가님과 함께 해서 더욱 좋았다.
Jungle : 쓰바 작가의 작품에서 어떤 점이 가장 큰 매력인가?
최_ 예전에 가로수길에서 전시회를 하신 적이 있다. 그때 보고 너무 좋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는 딱히 아는 사이도 아닌데 뭔가 꽂히는 게 있었다. 귀여운 캐릭터가 전쟁반대 같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런 부분이 우리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음악도 멜로디만 듣다 보면 슬프기도 하고 애절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인 리듬은 언제나 밝다. 쓰바 작가님도 메시지는 강하지만 거기에는 언 매치되는 이미지가 있다. 그래서 더 강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Jungle : 캐릭터랑 쓰바 작가랑 상당히 닮았다.
쓰_ 나다. 바로(웃음).
Jungle : 오정석씨는 쓰바 작가님의 작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
오_ 저도 정말 좋아한다. 진짜다. 작가님의 작품에는 철학이나 메시지도 있지만 일단은 디자인 자체가 너무 예쁘다. 내가 주머니를 열어서 사고 싶은 몇 안 되는 캐릭터이다. 색감이라든지, 그림이라든지 모두가 너무 좋다.
최_ 단순의 미학이라고나 할까. 심플한 것을 표현하는 게 더 어렵지 않나? 그래서 애플이 뜨는 거고.
오_ 나는 처음에 함께 했던 포스터를 아직도 가지고 있다.
쓰_ 그때 포스터를 처음 했었다. 윈디시티의 김반장 오빠를 통해서 참여하게 되었는데, 그때 나는 이런 음악 하는 사람들이 윈디시티 빼고는 없는 줄 알았다. 공연 때 보고서 정말 좋았다. 흔치 않은 장르에 이런 음악 하는 밴드가 생겨났다는 것이 참 좋았다. 그날부터 팬이 되었다.
Jungle : 작가님은 원래 스카를 좋아하나?
쓰_ 원색적인 음악을 좋아한다. 그래서 일부러 많이 찾아 듣는다.
Jungle : 쓰바 작가님의 취향이 그림에 묻어있는 듯 하다.
쓰_ 나는 디자인을 할 때 그림을 예쁘게 그리기 보다는 문화적인 것들의 코드를 따오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레게 음악에 꽂혀있는 경우엔 관련된 컬러를 계속 쓴다. 내가 그리는 그림이 자전적인 캐릭터이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들이 여과없이 들어간다.
Jungle : 반전을 주제로 한 콘서트를 통해 알게 되었지 않나? 정치적인 목소리를 자주 내는 아티스트들인데 그런 활동을 하게 되는 계기가 있었나?
최_ 보시는 분의 입장에 따라 다르겠지만 정치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그냥 부당한 일을 당해야만 하는 사회가 싫어서 그러는 거다. 초등학생들도 전쟁이 안 좋다는 걸 알지 않나. 저희도 그런 수준이다. 정치는 잘 모른다. 그냥 최근에 했던 드라마 대물을 보면서 “아, 정치가 썩긴 썩었구나…” 이렇게 생각하는 정도? 사실은 잘 모른다(웃음).
Jungle : 개인적으로 어느 정도의 의식은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되어 있으니까.
쓰_ 작품활동을 한참 할 때 이런저런 사회 활동을 같이 했다. 자기 나름의 표현이고 내가 알고 있는 한도 안에서 뭔가를 해야 한다고 본다. 그림을 그릴 때도 그런 요소들이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의식적으로 뭔가를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그냥 관심 있는 부분에 대해서 가감 없이 표현하고 있고. 정치라는 건 국회에서만 하는 것이 아닌, 그냥 일상이라고 본다. 저도 어렵게 생각을 안 한다. 예민한 문제이긴 하지만.
최_ 저희의 음악적 메시지 자체가 정치라고 본다.
Jungle : 작가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예전엔 사회에 대한 인식 보다는 내면에 관심을 더 두고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조금씩 생각들이 바뀌는 것 같다.
쓰_ 아티스트들이 현실을 제일 늦게 받아들인다는 글을 봤다. 사람들에게 살갗으로 다가왔을 때 그제서야 아티스트들이 제 목소리를 낸다고. 그게 잘못된 것만은 아닐 거다. 다 각자의 상황이 있는 거니까.
Jungle : 서로에게 궁금한 점들이 많을 것 같다.
최_ 집이 어디신지?
쓰_ 신림동(웃음).
오_ 이런 분위기 재미있다. 난 음악이든 디자인이든 아무리 훌륭하고 좋고, 완벽한 거 같아도 마지막을 완성시켜주는 것은 요만큼의 유머라고 생각한다. 쓰바 작가님 작품 역시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얼마나 귀엽나.
쓰_ 이상한 사람들이 많이 들어있다(웃음).
오_ 강한 메시지가 꼭 강함에서 나오는 건 아니다. 철욱 형이 아까 말했듯이 이렇게 작게 숨어있는 메시지가 대중들에게 더욱 어필할 수 있는 것 같다.
최_ 쓰바 작가님 작품 중에 모서리에 놓는 ‘포기하지마’라는 아트 상품, 그거 있지 않나. 자기 계발서들이 엄청나게 많은데 그 글귀가 몇 십 권의 책보다 더 위안이 되는 것 같았다.
쓰_ 킹스턴 루디스카의 음악을 들으면 희망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힘들다는 내용의 가사가 있어도 어쨌든 간에 전체적인 분위기는 희망이다. 원래 스카라는 장르 자체가 즐겁다. 저하고 엄청 잘 맞는 거 같다. 요즘에 인디음악 중에서 흔치 않은 존재인데 그 사이에서 음악을 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다. 매니악한 사람들이 좋아하긴 하지만 인디씬에서도 더 인디적인 존재 아닌가.
최_ 좋은 음악들 정말 많다. 그러면서 우리 밴드와 잠깐 비교해봤다. 우리 음악은 좀 투박하고 거친 부분이 많다. 살랑거리는 게 없다. 그렇다고 우리가 굳이 맞춰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 여기에 더 탄탄해져 간다면은 색다른 메리트가 있지 않을까? 지금 우리가 소리를 낸다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계속 오래 하면 되지 않을까? 우리가 원하는 건 주류음악이 되고자 함이 아니다. 그냥 하나의 씬을 만들고 싶다. 요즘엔 좀 힘이 나기도 한다. 사명감도 생겼고...
쓰_ 사명감, 가지셔도 될 거 같다.
Jungle : 정석씨는 쓰바 작가님께 궁금한 거 없나? 집이 어딘지 말고(웃음).
오_ 나이가…
쓰_ 나이 많다. 79다(웃음).
오_ 인터넷을 보니 외국에도 다니시던데…
쓰_ 2008년도에 런던에 4개월 정도 있었다. 거기서도 조금 활동을 해보려고. 국제적 정치포럼이 있고 그 옆에서 전시가 이루어 지는데 규모가 좀 있다. 리서치 작업 후, 반전 상품들 가지고 행사 전에 미리 가서 참여했다. 6개월 정도 휴가를 내서 갔다.
오_ 반응이 좋았다고 들었다.
쓰_ 저는 외국 가면 디자인 상품이 많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없다. 제가 하는 스탬프나 아기자기한 소품들에 반전 메시지를 담는 것 자체가 없다. 여기도 많지 않지만 거기는 더 하다. 일종의 레어 아이템이었다. 서로 사겠다고(웃음)...
최_ 서점 인수하고 오셨다는 소문이 있는데(웃음)…
쓰_ 사회과학서적 파는 서점이 있는데 켄 로치 책도 놓고 팔고… 그런 곳이다. 그 안에 조그맣게 코너를 만들어 상품들을 놓고 왔다. 다 팔렸다고 하더라. 더 보내달라고 하는데 보내는 배 값이 더 들 거 같아서 더 보내진 않았다(웃음). 이집트에서 비슷한 큰 포럼 있을 때에도 또 그런 식으로 팔았다. 유럽에서 온 활동가들이 단체 주문을 하겠다고 하더라.
오_ 나중에 잘 되면 유럽 쪽에 공장 내보는 건 어떠신지?
쓰_ 유럽 쪽에는 제조 공장이 없다. 그런 걸 만들고 싶어도 만들만한 곳이 없다(웃음).
Jungle : 유럽 쪽에 진출할 수 있는 틈새시장에 대한 정보를 들은 듯한 느낌이다(웃음).
쓰_ 외국 사람들이 손으로 만든 제품을 좋아하지만 원자재마저도 마땅치 않다. 우리나라는 을지로나 방산시장에 가면 되는데…
Jungle : 이번 공연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쓰바 작가도 참여하시나?
쓰_ 노래를 할까?
오_ 댄서를 해주시라(웃음).
쓰_ 라이브 페인팅도 괜찮을 것 같다(웃음).
Jungle :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한 말씀씩 부탁 드린다.
최_ 우선 작가님이 하시는 일 열심히 따라갈 예정이다. 킹스턴 루디쓰바, 뭐 이런 이름으로(웃음)? 밴드를 7년째 하고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지금 하고 있는 장르가 더욱 좋아진다. 이런 마음을 대중들에게 전달해주고 싶다.
쓰_ 우선은 지금 작업하는 거 열심히 할 예정이다. 작년까지는 다양한 정치행사에서 전시를 했는데 그러다 보니 스스로에게 색깔이 씌워지는 것 같아서 요즘엔 자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성격이 다른 거라 참가하게 된 거다. 올해는 지금 하고 있는 디자인 일 말고도 재미있는 작업들이 있다면 모두 해보고 싶다. 킹스턴 루디스카와도 함께 작업할 예정이고(웃음)… 올해는 무언가 활력이 되는 작업을 열심히 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