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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새로운 예술의 전파 혹은 이식?

2011-01-26


토탈미술관에서 매년 열고 있는 기획전 'Digital Playground'의 글로벌판이 지난 12월, 첫 시행되었다. 프로젝트 명은 'Global Digital Playground', 거기에 'in Island'가 덧붙었다. 말레이시아의 사바 주에 위치한 'Kota Kinabalu'가 바로 그 섬이다. 숭실대 등 국내 3개 대학의 인터랙티브 미디어 관련 학과와 협력한 이 프로젝트는 코타 키나발루의 'Kolej Yayasan Sabah'라는 애니메이션 학교에서 진행되었다. 

글 | 선윤아 앨리스온 에디터


말레이시아는 한국인들에게는 비교적 낯선 나라이다. 말레이시아의 예술은 더욱 그렇다. 유럽이나 미국의 예술 동향은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우리이지만 일본이나 중국을 제외한 다른 아시아 국가의 문화 예술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아직까지는 드물다. 그만큼 예술에 있어 선도적이거나 주목할만한 활동이 상대적으로 드물기 때문인 이유도 있겠지만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문화예술 분야의 교류가 활발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반면 한류로 인한 말레이시아의 한국문화에 대한 열광은 깜짝 놀랄만큼 대단하다. 단지 한국드라마와 가요 뿐만 아니라 한국의 언어와 새로운 컨텐츠에 대한 관심도 역시 매우 높다는 것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말레이시아에서 미디어아트는 아직 걸어 들어가보지 못 한 열린 문 너머의 세상이다. 그래서인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자세도 열성적이었고 현지에서 이를 지켜본 학교나 정부 관계자들의 반응도 사뭇 뜨거웠다. 

프로그램은 크게 '워크샵 + 전시 + 필름 스크리닝'의 형태로 이뤄졌다. 워크샵은 개인 인공위성 프로젝트인 'OSSI'를 진행하고 있는 송호준 작가와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인 노순택 작가의 Artist Talk과 미디어아트와 교육의 접목을 실험하는 최승준 작가의 Being Creative Workshop, 그리고 Graffiti Research Lab의 일원인 James Powderly의 'Kinect'를 이용한 게임 창작 워크샵 등이 총 3일에 걸쳐 구성되었다. 이 전체 워크샵이 진행되는 기간 동안 KYS(Kolej Yayasan Sabah)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곳곳에는 Ars Electronica 수상작 등 최신의 필름/애니메이션 작품들이 상영되었고, 1층에 마련된 전시장에서는 한국 학생들과 교수진의 인터랙티브 미디어 작품 약 25여점이 쇼케이스 형식으로 전시되었다.



워크샵과 작가들의 프리젠테이션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첫날 학생들에게 워크샵의 첫인상을 강하게 남긴 송호준 작가는 그의 슬로건인 'Science is Fantasy'를 주제로 자신의 작품들을 소개하고 기술과 과학을 탐구하는 행위가 어떻게 '예술'로 읽힐 수 있으며 그래야만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학생들은 작가가 자신의 작품관을 기발한 방식으로 작품에 대입하고 이를 설득하는 과정에 대해 신선한 자극을 받았다며 고무된 반응을 보였다. 오후에는 James Powderly의 간략한 프리젠테이션에 이어 워크샵에서 만들어볼 게임에 대한 아이디어 회의 및 발표가 진행되었다. James Powderly는 최근 가장 핫한 이슈인 '키넥트'를 활용한 워크샵을 발빠르게 실험하고자 했다. 하지만 현지 학생들의 미디어아트 관련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예상보다 낮아 어려움이 있었다. 사실 아무리 오픈소스 환경을 이용하는 워크샵이라 하더라도 코딩을 전혀 시도해보지 않은 사람이나 인터랙티브한 컨텐츠의 저작환경에 대해 무지한 사람을 대상으로 튜토리얼과 오픈소스만 놓고 실제 참여할 수 있는 워크샵을 진행하는 것은 많은 무리가 따른다. KYS의 학생들은 대부분 필름 혹은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고 있어 이미지를 창작하는데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Kinect나 Processing에 대해 생소해했기 때문에 계획한 만큼 워크샵에서 학생들이 소화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았다는 점에서 약간의 아쉬움을 남겼다. 



둘째날 오후부터 이틀에 걸쳐 이뤄진 최승준, 이경진의 Being Creative Workshop은 팀워크와 발상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으로 TED에서도 발표되었던 '머쉬멜로우 챌린지'로 시작으로 진행되었다. 학생들의 흥미를 끌고 집중도를 높이는데에 굉장히 효과적이었다. 워크샵의 주된 내용은 팀별로 벤처기업을 창업했다고 가상으로 설정을 한 뒤 기업의 상품으로서 미디어를 활용하는 어린이 교육 워크샵을 기획해보게 하는 것이다. 최승준 작가는 짧은 시간동안이지만 시간을 촘촘하게 쪼개쓰며 학생들에게 많은 미션을 던져주었다. 주어지는 규칙대로 직원을 해고하기도 하고, 교체하기도 하면서 많은 의견들을 조율하고 가상의 훈련에 진지하게 참여하는 모습은 강의를 준비한 사람들에게도 좋은 피드백이 되었다.


노순택 작가는 'Really Good Murder'를 제목으로 작가가 세계를 입체적으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미디어가 어떻게 기능하는지에 대해 늘 뒤집어서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학생들의 사진과 매체에 대한 관점의 전복을 유도했다. 아티스트의 작업이 세상에 대해서 말하는 것임과 동시에 그것을 말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하는 일 임을 생각하도록 강조하는 그의 얘기에 학생들도 공감을 표했다. 

전시 부분에 있어서는 좀 편리하게 접근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시된 학생들의 작품 대부분이 하나의 완성된 작품이라고 보기에는 아쉬운, 한 학기의 개별 결과물에 그치는 정도의 작업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도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기에는 어려운 '예비' 작가들이자 배우는 과정에 있는 학생들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지만, 많은 장비와 인원이 동원되어 타국인 말레이시아까지 옮겨 온 작품 전시라면 애초 협업에 의한 보다 나은 퀄리티 있는 작업을 계획하는 등의 노력을 좀 더 기울일 수 있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존재하는 미디어아트 저작환경 안에서의 기술적 상상과 구현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한 작품 위주의 전시가 미디어 아트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오해'의 소지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의 우려라면, 욕심일까.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시 자체의 성과는 컸다. 학교 관계자와 초청된 정부 관계자들에게는 큰 관심의 대상이었다. 예전의 우리가 그러했듯 그들에게는 미디어아트가 지닌 혁신성과 컨텐츠 산업과의 연계성, 잠재적 상업성에 눈을 뜨는 직접적인 계기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전시의 성격이 메세지를 전달하는 완결된 전시가 아니라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쇼케이스처럼 보여져서 더욱 그런 반응을 불러일으킨 점도 있는 듯 하다. 

다른 문화권을 향해, 그들에게 새로운 예술을 전파하는 시도로서, 이 프로젝트는 앞으로 많은 의미있는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실험을 지속하는 기획자의 열정과 한국에서 꾸준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어 온 작가들의 역량과 이를 수용하는 학생들의 순수함이 만들어낸 '상호작용'은 이 프로젝트가 '한국의 미디어아트'를 훌륭하게 소개한 자리가 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다만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그들에게 새로운 예술에 대한 첫 통로를 열게 된 셈인 이번 프로젝트가 다양한 가능성의 길 앞에 닫혀있던 문을 열어준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걸었던 과거의 길을 이식한 것인지는 점검해 볼 필요가 있을 듯 싶다. 그리고 내년에도 이어질 토탈미술관의 Digital Playground 확장판 버전 2는 이 값진 경험을 바탕으로 더 즐거운 놀이터로 업그레이드 되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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