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2-11
2001년부터 주목할만한 젊은 작가들을 위한 등용문의 장으로 기능해온 송은미술대상. 그 열 번째 주인공들이 선정되었다. 송은미술대상은 2월 11일부터 25일까지 이번 열 번째 수상작들의 작품들을 대상으로 제 10회 송은미술대상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상수상자인 김주리 작가의 ‘휘경동 39번지, 2010’을 비롯하여 구민자, 박자현, 정기훈(이상 우수상), 김상균, 이영민, 이창훈, 장보윤, 정윤석(이상 장려상) 외 입선자를 포함한 총 33인의 수상작이 선보일 예정이라고.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자료제공 │ 송은아트스페이스
허물어져가는 70년대 풍의 양옥집. 대상을 수상한 김주리 작가의 ‘휘경동 39번지, 2010’은 작가가 제작한 작업물이 물 혹은 비나 바람 등에 의해 해체되는 과정을 통해 유형의 형상이 무형의 물질로 환원 되어가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작품의 소재인 양옥집은 7,80년대에 지어진 대표적인 서민들의 주택양식이었다. 작가가 거주하고 있는 휘경동 일대가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되며 시작된 휘경동 시리즈 작품은 사람들의 집에 대한 추억과 동경 그리고 동시에 그것을 소멸시킴으로써 유한할 수 밖에 없는 존재의 나약함을 이야기한다.
구민자 작가는 수상작인 ‘잘살아보세, 2010’에서 한국인의 평균 남녀얼굴을 가면으로 제작하여 씌운 뒤 단체 맞선을 주선했다. 획일화된 얼굴을 보여주며 진행되는 단체맞선 프로젝트는 군중 속에 묻혀 가려진 개인의 모습처럼 개개인의 진정한 바램은 무시된 채 사회적 기준이나 틀, 정책 속에 맞추어 넣으려는 타인, 사회, 국가의 태도를 보여준다. 동시에 결혼이라는 관례에 얽혀 있는 우리 사회와 개인의 모순되고 어긋난 시각과 태도를 맞선 과정을 통해 드러내고자 했다.
우수상 수상자 박자현 작가의 사실적인 인물화는 무수히 많은 점으로 이루어져 있다. 작품 속 인물의 눈은 정면을 똑바로 응시하지만, 공허하고도 쓸쓸한 눈빛은 곧 허물어져 낱낱이 점으로 흩어질 것만 같다. 작가는 주변의 지인들을 화폭의 주제로 삼고 있다. 작가와 비슷한 연령의 인물들은 인생의 여름과도 같은 과도기 속에서 성장 이면의 상심하고 부패된 젊음으로 표현되고 있다. 작품에도 드러난 얼굴의 얼룩은 마치 정체되고 부패한 세포와도 같이 보인다.
유쾌한 반전을 일으키는 정기훈의 작품은 사물을 바라보는 작가의 이야기적인 시선에서 시작된다.
이번 수상작품인 ‘대화의 기술, 2010’은 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정차 차단물인 러버콘을 주제로 하고 있다. 검은색과 노란색의 러버콘은 도로교통의 엄격한 규율을 떠오르게 하지만 작품 속에서는 엄중함 보다는 재치와 가벼움, 유쾌함으로 다가온다. 작가는 기존의 규율을 지칭하는 공공 물체나 대상으로 하여금 그 존재를 뒤엎는 희화적인 오락의 대상으로 탈바꿈 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재연된 상황은 사진으로, 촬영된 사진의 이미지는 드로잉으로 옮겨지면서 주변의 배경과 불필요한 요소가 제거되어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놀이를 함축적으로 인도한다. 집요하면서도 엉뚱한 그야말로 ‘용도변경’ 놀이는 사진에서 드로잉으로 보여지며 일종의 ‘따라하기’ 지침서처럼 제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