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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진정한 미인을 찾습니다

2011-05-02


몇 달 전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한 연구소에서 인종에 따른 미인형을 발표한 적이 있었다. 각 인종과 나라를 대표하는 미인들의 이목구비를 조합해 만든 그 그림은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으며 한동안 여러 블로그를 떠돌아 다니기에 이른다. 이쯤에서 으레 드는 의문. 진정 미인을 결정하는 기준은 외모가 전부일 수밖에 없을까?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자료제공 │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

인물을 재현할 때 외형을 넘어 그 사람의 정신까지 표출하고자 했던 동양미술은 예로부터 특별한 미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단지 외모가 아름다운 사람뿐만이 아닌 각 시대의 이상적인 인간상이 동양미술의 주요 주제였던 것. 5월 4일부터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에서 열릴 ‘가인(佳人) – 동양미술 속의 아름다운 사람들’ 展은 사람의 외모에 대한 평가보다는 내면적인 가치에 초점을 맞추어 아름다움을 정의하였던 한중일 세 국가의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이다.

기획전시실에 전시된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의 전통 유물들은 아름다운 사람의 의미가 얼마나 다양하게 해석되고 표현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선조들에게 있어 ‘가인’은, 아름다운 자태를 지닌 사람 외에도 정의로운 의기를 지닌 사람, 학문연마와 후진양성에 열의를 다하는 학자, 효와 충성을 다하는 사람, 창조적인 예술혼을 표출하는 사람, 그리고 소박하고 건강한 삶의 여유를 즐길 줄 아는 사람 등 다양한 모습으로 해석되어왔다.

한국미술 전시실에서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청심(淸心), 의인(義人), 미인(美人), 예인(藝人), 선인(善人)으로 구분하여 소개한다. 청심은 세속적인 욕심을 버리고 순수하고 여유로운 마음을 찾는 사람을 일컬으며 여기에는 고사인물화와 노승과 도인을 그린 인물화가 포함된다. 정의와 예(禮)를 행하는 우국지사, 충신, 학자들의 모습이 담긴 의인 섹션과 고운 자태를 지닌 여성을 재현한 회화 작품들은 미인으로 소개되어 전시된다. 예인은 창조적인 예술혼을 지닌 사람을 표현한 작품들이, 선인은 선행을 베푸는 열녀와 효자의 모습을 담은 작품들이 소개될 예정이라고.

최소한의 선묘를 통한 절제미와 과감한 구도와 역동적인 선묘, 다양한 채색을 통해 감각적인 아름다움이 인상적인 중국 인물화 전시에서는 후한시대의 조각에서부터 근대회화까지 중국의 역사 문화적 배경에 따라 다채롭게 해석된 아름다운 사람들의 모습을 소개할 예정이다. 또한 일본미술 작품에서는 타락한 불교계를 혁신하였던 의로운 선승의 초상과 일본 고유의 현악기를 연주하거나 노래하는 예술인들, 고운 자태의 미인을 그린 작품들이 소개될 예정이라고. 이번에 전시되는 ‘우키요에(浮世繪)’ 작품들은 찬란하나 덧없는 아름다움을 노래하였던 에도시대 사람들의 미학을 엿볼 수 있게 하며 근대 인물화의 치밀한 세부묘사와 감각적인 색채, 정적인 화면 구성 등은 일본 근대회화의 장식적 특징을 살펴볼 수 있게 한다.

근•현대전시실에서는 상업화되고 물신화된 미의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우리 시대의 진정한 미인의 의미를 새롭게 모색하고 있는 한국, 중국, 일본의 동시대 미술작품들이 소개된다. 바리데기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윤석남의 ‘블루 룸’, 어머니의 주름진 몸을 섬세하게 포착한 이시우치 미아코의 ‘1906 #17’, 노년의 삶을 유쾌하게 묘사한 미와 야나기의 ‘나의 할머니’ 시리즈, 중국인 노동자들의 순박한 미소를 담은 웬 팡의 벽돌 작업인 ‘중국 민간노동자들의 얼굴’ 등이 전시될 예정이라고. 이번 전시는 7월 23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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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잡지디자이너 과심은 여러분야에 관심은 많으나 노력은 부족함 디자인계에 정보를 알고싶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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