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7-19
장르와 주제에 관계없이 “몸과 움직임”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예술가와 관객이 함께 참여하고 소통하고 나누는 예술축제 ‘끼리댄스페스티벌’.
‘끼리댄스페스티벌’은 2012년에 이어 올해도 서울문화재단의 서울예술축제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보다 실험적인 예술축제로서 발전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예술의 전문화는 물론 대중화, 다양화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새로운 형태의 독립무용예술축제로 거듭나고 있는 이 몸짓 축제는 올해로 5회를 맞이하였다.
에디터 | 구선아 객원기자
‘끼리댄스페스티벌’은 지난달 19일부터 30일까지 12개의 공연이 아리랑아트홀에서 진행되었다. 공개모집으로 선정된 12팀의 자유롭고 다양한 실험무대로 구성되었으며 각자 다른 개성을 가진 안무가 및 단체 총 50여명이 넘는 안무가와 퍼포머가 참여하였다.
1st Group으로 진행되었던 작품들을 살펴보면 ‘방 구탱이의 계절’은 시와 움직임의 만남을 시도하는 김할매 프로젝트의 첫 실험이다. 시낭송의 아름다움이 어떻게 몸의 움직임과 접목되어 서로를 보완하고 재창조 할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시는 ‘백석’의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을 사용하였다. ‘눈 속의 눈’은 타자와의 보이지 않는 관계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자신의 내면을 몸으로 말한다. 여기서의 ‘눈’은 snow가 아니라 Eye를 말하는 것이다. 1st Group의 마지막 공연 ‘바부루보부루’는 이름부터 독특하다. 혹시 어린 시절 오락실에서 쭈그리고 앉아 하던 ‘보글보글 게임’을 기억하는가? 물방울을 뿜어내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게임 말이다. 보글보글 게임의 그 것처럼 우리는 어떠한 물방울을 내뿜고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하는 몸짓을 보여주었다.
평일에 진행되었지만 공연 시작 한참 전에 이미 꽉 찼던 2nd Group의 공연은 ‘비발디’의 ‘사계’ 에 맞춰 스스로 만들어 놓은 굴레에 빠져 누군가는 감정의 노예가 되고 또 누군가는 여전히 허덕이고 있을지 모를, 자신들만의 굴레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허덕이는 모습을 전하는 ‘당신의 굴레’로 시작되었다. 이어 혹독한 연습벌레 ‘강수진’ 그녀의 삶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을 탐구하고 움직임으로 표현하고자 한 ‘용기의 발견’, 밥을 짓는 과정을 통해 사회문제로 대두된 청년실업에 대한 물음을 제시한 ‘밥 짓는 냄새’가 무대에 올랐다.
3rd Group의 첫 무대 ‘바늘 구멍 속의 폭풍’은 ‘김기택’ 시인의 ‘바늘 구멍 속의 폭풍’ 제목을 차용하고 누군가의 마지막 숨소리에 대한 혹은 그 숨소리를 지켜보는 누군가를 위한 몸짓을 보여주었다. ‘Need’는 메시지가 없다고 말하고는 있으나 ‘우리가 만나고 보고 느끼는 것은 몸인가, 욕망인가? 빛인가, 어둠인가? 실체인가, 환영인가? 아름다움인가, 추함인가?’ 관객들에게 물음을 던지기에 충분했으며 3rd Group의 마지막 공연 ‘그리하여 너는 나를 들을 것이다’는 ‘파블로 네루다’의 시 ‘그리하여 나는 너를 들을 것이다’ 시의 제목을 차용한 것으로 젊음에서 멀어질수록 매료되는 미성숙과 미완성의 특징을 시에 접목시켜 나타내고 있다.
‘끼리댄스페스티벌’의 마지막 4th Group 공연은 ‘In N Out’으로 시작된다. ‘In N Out’는 ‘왜 남자는 끊임없이 여자의 아름다움을 지배하려고 하는가?’, ‘왜 여자는 치밀하게 계산하며 짝을 선택하는가?’라는 의문과 함께 본능 속에 잠재되어 있는 남녀의 짝짓기 생태 보고서를 그린다. ‘우연한 필연’은 우연의 장치 즉, 가위 바위 보, 제비뽑기, 주사위 놀이 등을 활용하여 우연성을 내재하고 그 우연성 속에서도 규칙이 존재하며 그 작은 규칙들에 의해 틀이 완성되는 과정을 보여주었고 마지막 ‘Bon Voyage’는 자신의 본질과 존재적 의미, 가치를 깨닫고 타인과의 경계에서 중립적 관계를 지키고 함께 호흡하면서 긍정적 에너지를 생성하길 바라는 마음이 무대를 채웠다.
이번 공연은 ‘시’를 활용하고 접목한 무대가 유난히 많았다. 문학 중에서도 가장 어렵다는 ‘시’이지만 함축적이고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에서는 ‘시’와 ‘무용’이 잘 어울리는 듯하다. 역시 예술은 통하는 것인가.
‘끼리댄스페스티벌’은 매년 공연장 마당에서 시원한 맥주파티도 함께 열린다. 그야말로 공연이 아닌 축제다. 내년엔 더 톡톡 튀는 이 몸짓 축제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