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03
사람들은 언제 가장 행복하다고 느낄까. 누군가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꼽을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여행지에서 만난 풍경이나 혹은 자신의 재산과 명예 그 자체를 말할 것이다. 사람에 따라 행복을 느끼는 기준이 다르듯 그 행복을 표현하는 얼굴 역시 각각 다르다. 인간의 얼굴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드라마틱하게 변하는 캔버스와 다르지 않다. 필립 할스만은 이러한 사람들의 얼굴 속에 숨겨진 감정들을 포착해 카메라로 담아내는 사진가다.
에디터 | 정은주(ejjung@jungle.co.kr)
“내가 대상의 얼굴을 볼 때 마다 숨기는 것이 있다. 하지만 때로는 순식간의 진실이 드러나기도 한다. 이 부분이 그 사람의 신비함을 더한다. 이러한 표정들을 포착하는 것이 내 인생의 목표와 열정이 되었다. “
-필립 할스만
‘심리적 초상’이라는 말에 걸맞게 그는 인물과 충분한 대화를 나눈 뒤에 사진을 찍는 걸로 유명했다. 자신이 원하는 위치나 포즈를 강요하지 않고, 최대한 자연스럽고 편안한 상태에서 촬영에 임할 수 있도록 인물을 배려한 것이다. 그래서 좀처럼 자신의 모습을 내보이길 꺼리는 예술가들의 내밀한 감성과 배우들의 일상을 비추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이 때문에 그의 사진은 30여 년 동안 LIFE 잡지의 가장 많은 커버를 차지하면서 대중들과 명사들의 사랑을 받아온 것일지도 모른다.
인물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사진 작업을 선보이는 필립 할스만과 우발적인 느낌을 주는 점핑은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에게 점핑은 한 사람의 내면에 가장 가깝게 다가가는 방법이었다. 명사들이 위선과 가식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뛰는 방법도, 뛰어오를 때의 모습도 모두 다르지만 이들의 몸과 얼굴은 마치 어린이들의 모습을 연상시키듯 즐겁고 천진난만하다. 이와 함께 사진을 앞에 두고 웃고 있을 필립 할스만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다시 우리는 이 사진 앞에서 행복의 기운을 느끼게 된다.
이번 전시는 유명 명사들의 점핑 사진을 담은 ‘점핑’을 비롯해, 아이슈타인과 처칠, 알프레드 히치콕 등의 내면을 포착한 ‘드리밍’, 살바도르 달리의 작업을 기록한 ‘할스만 앤 달리’와 세기의 연인으로 꼽히는 오드리 햅번과 마를린 먼로, 그레이스 켈리의 삶의 순간을 조명한 ‘러브’ 등 총 4개의 섹션에서 200개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한국의 안성기, 김연아, 장미란 등의 명사 등을 촬영한 점핑 컷과 직접 점핑을 하고 사진으로 남길 수 있는 점핑 체험 존도 함께 마련되었다. 전시는 오는 2월 23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다.
점핑 위드 러브: http://jumpingwithlov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