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13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익숙하게 만날 수 있는 풍경이 있죠. 바로 사람들의 고개 숙인 모습입니다. 스마트폰의 보급이 우리 주위의 풍경을 이렇게 바꿔 놓았습니다. 예전엔 책을 읽거나, 신문을 보기도 하고, 때론 멍하니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했어요. 힐끔힐끔(물론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는 선에서) 주변 사람들을 쳐다보며 나와는 다른 사람들의 하루를 짐작해 보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그렇게도 열심히 하고 있을까요? 간단한 정보 검색이나 어제 놓친 드라마나 음악감상, 게임 등을 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메시징 애플리케이션을 하고 있을 겁니다. 곳곳에서 정적을 깨는 소리로 'X톡, X톡’이 가득한 걸 보면 말이죠.
글 | 류임상 미디어아트 에이젼시 LAB 16.9 크리에이티브 디렉터(director@lab169.com)
현대인들은 메시지가 통화보다 익숙하다고 합니다.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은 상대방의 눈을 보고, 그(또는 그녀)가 하는 말을 집중해 들으며, 대화가 이뤄지는 상황과 풍경까지도 한꺼번에 전달하는(되는) 것이죠. 때로는 이러한 총체적인 경험 속에서도 오해와 같은 미스 커뮤니케이션이 발생하는 게 소통의 본질이기도 하구요.
신문 사회면에서도 종종 메시지 대화방에서 벌어지는 갈등이 오프라인으로 확장된 사건들이 등장합니다. 그만큼 현대인들에게 메시지 서비스는 ‘통화를 할 수 없을 때 대체하던 것’에서 그 자체만으로도 중요한, 혹은 더 핵심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정착되고 있는 느낌입니다.
그래서인지 대화보단 손가락으로, 본인의 얼굴을 숨긴 채 이모티콘과 줄임말과 같은 신조어들로 가득한 이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이 그렇게 좋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나 기성세대의 눈으론, 다른 일을 하면서도 쉴 새 없이 메시지를 보내는 젊은 친구들이 산만하게 보이는 것이 사실이겠지요.
하지만 라디오를 들으며 공부가 되느냐는 핀잔을 듣던 것도, 워크맨을 들으며 독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던 순간들도 다 우리가 지나온 세대와 시간의 발걸음인 것처럼 지금 세대의 ‘멀티테스킹’ 또한 새롭게 진화한 현대인들의 생활 양식으로 정리될 때도 오겠지요. 이미 그렇게 되고 있는 것 같고요.
연주자들이 일렬로 무대 위에 자리한 후 마치 잡담을 하듯 여러 가지 이야기를 메시지로 나눕니다. 그리고 이 잡담(?)의 소리는 그 자체로 흥겨운 멜로디와 리듬을 만들며 음악을 완성시켜 나가는데요. 관객들은 연주자들이 나누는 가십(Gossip)을 보며 같이 즐기게 됩니다. 그건 아마도 마치 내가 일상에서 대화방을 통해 유희하고 있는 풍경을 무대를 통해 목격하며 동질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겠죠. 6명의 연주자들이 동시에 이야기를 쏟아내지만, 멀티테스킹에 능숙한 지금의 세대들은 충분히 그 순간순간을 느끼며 즐거워하더군요.
태싯그룹의 다른 퍼포먼스들도 참 좋지만, 가장 많은 관객들이 즐거워하는 작업이 ‘훈민정악’입니다. 그만큼 메시지 커뮤니케이션은 우리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걸 증명하는 것 같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의 근본은 나의 마음을 상대방이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전달 방식에 오해가 없도록 표정을, 어조를, 손짓을 동원해 스스로의 이야기를 보완하죠. 메시징 서비스 역시 불완전한 소통 방식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다양한 방식(이모티콘, 스티커 등)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 대화에 비해 즉시성(바로바로 대답해야 한다는 강박)이 없기 때문에 좀 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만)이 있기도 하죠. 메시지든, 통화든, 실제 만남을 통해 이루어지는 대화든 소통의 대상을 향한 진심과 노력이 중요하다는 걸,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테싯 그룹의 공연처럼, 커뮤니케이션은 즐거운 것이기 때문이죠.
새로운 기술로 여러 사람들이 다양하게 ‘합주’하는 방식을 연구하는 태싯그룹이 궁금하시다면, 홈페이지(http://www.tacit.kr)를 참고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