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15
한국의 재능 있는 젊은 작가들을 육성하기 위해 진행되는 송은미술대상전이 올해로 13회를 맞았다. 총 503명의 지원자 가운데, 대상에는 박혜수 작가가, 우수상에는 강서경, 김지은 차혜림 작가가 각각 선정되었다. 이들 네 사람의 작품을 담은 전시가 오는 2월 15일까지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다. 송은미술대상전은 온라인 포트폴리오와 실물 신작 1점 심사 외에도 대상 후보 작가 4인에 한해, 직접 전시를 진행해 최종 심사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신작과 기존 작품의 아카이브 등을 통해 작가들의 작품을 좀 더 심층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를 관통하는 젊은 작가들의 언어를 느낄 수 있는 흥미로운 전시다.
에디터 | 정은주(ejjung@jungle.co.kr)
자료제공 | 송은아트스페이스
대상 | 박혜수
우리는 수많은 ‘보통’ 속에 살고 있다. 스스로 보통의 개념에 대해 생각하고, 그 범주에 들기 위해 노력한다. 이때의 보통은 곧 정상이라는 말이 되고, 그 반대는 비정상과 이상함이 된다. 박혜수 작가는 이러한 ‘보통’의 개념과 구분 등을 연구한
<보통의 정의>
를 선보였다. 전시장 입구에 놓인 “보통이세요?” 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전시장 안을 가득 채운 실험지, 명확한 수치, 그래프 등을 보면 하나의 실험실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 작가는 ‘보통 검사지’라는 설문지를 제작하고, 결과물을 내기 위해 정신과 의사와의 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작업 과정을 보고 있는 순간, 비현실적인 느낌을 받게 된다. 상대적일 수밖에 없는 ‘보통’을 개념을 형상화하려는 것 자체의 아이러니함과 이 기준에 맞춰 살아가려는 우리의 모습이 동시에 겹쳐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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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 강서경
문은 선택을 상징한다. 문을 열 것인가, 닫을 것인가는 단순한 결정을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이것은 수많은 선택지 사이에 놓인 우리의 불확실한 삶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강서경 작가의 전시장 앞에서도 우리는 이 문을 만난다. 이 문은 전시장 안에 들어갈 것인가, 말 것인가의 순간적인 고민부터 예상치 못한 다양한 경험 속으로 관람객을 이끈다. 기존의 형태에 새로운 것들을 더해 만든 오브제부터 전시장 안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종소리, 눈 여겨 보지 않으면 보지 못할 작은 돌들까지 전시장 전체가 마치 이러한 작은 자극들의 집합체로 보여지기도 한다. 그리고 이 오브제들이 만들어낸 균형감과 질서를 통해 우리는 삶의 순간들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우수상 | 김지은
흔히 도시의 풍경은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어떤 역사를 갖고,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도시의 모습은 달라진다. 김지은 작가는 획일적인 도시의 풍경 속에서 서울을 차이점을 발견하고, 이를 작품으로 형상화한다.
<폐허의 건축>
이라는 전시 제목처럼, 전쟁과 난 개발 사이에서 만들어진 서울은 그 뼈대가 불안전했다. 견고한 회색 빌딩 덩어리들 아래 대나무 꼬치 등의 얇은 나무 조각으로 표현된 이 현장은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다. 곳곳에 쌓여 있는 공사 파편들과 형태만 변형돼 복제된 풍경은 도시의 이면을 생생하게 전한다. 도시의 형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시 다르게 변화할 것이다. 따라서 그녀의 작업은 지금 이 순간, 자신의 공간과 삶을 기억하려는 작가의 태도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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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 차혜림
차혜림 작가가 작업을 하는 방식은 다른 작가들과는 조금 다르다. 자신의 이야기를 텍스트로 옮기고 이를 다시 회화나 오브제로 표현한 후 공간 안에서 하나의 맥락을 만들어낸다. 즉, 다양한 측면에서의 개입이 가능하도록 한다. 이번 전시
<운석사냥꾼>
도 이전의 작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존에 있는 자료와 이미지들을 재해석해낸 페인팅 작업, 이를 아우르는 전시 공간과 마치 그 틈을 연결하듯 보이는 오브제 등이 자유롭게 연결되기도 하고 또 어긋나기도 한다. 관람객들은 그녀가 마치 운석을 찾듯 수집해 놓은 이미지들을 새롭게 경험하면서, 스스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고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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