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24
밀라노에서 개최되어 옻칠에 대한 과감하면서도 새로운 면모를 제시한 ‘DBEW전’은 ‘Design Beyond East and West’를 주제로 한국인뿐 아니라 전 세계인들을 놀라게 했다. 옻칠을 통한 디자인의 혁신성과 미래를 위한 가능성을 알렸기 때문이다. 동양과 서양을 넘어서는 한국의 디자인의 가치와 미를 제시한 ‘DBEW전’은 국민대(총장 정승렬) 동양문화디자인연구소(OCDC)의 기획, 밀라노 ADI 뮤지엄의 초청으로 이루어졌다.
전시 전경
이탈리아 디자인 박물관인 ADI 뮤지엄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권위있는 디자인 어워드인 ‘황금 콤파스 상(Compasso d'Oro Award)’을 수여하고 있다. OCDC(소장 최경란)는 동아시아의 문화적 차이와 다양성을 이해하고 디자인 정체성을 규명하고자 2004년 설립이 되었다. 한국,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공통의 문화적 배경을 토대로 한 동양적 디자인에 대한 체계적인 개발과 연구를 위해 힘쓰고 있으며, 한국적 감수성을 기초로 문화적 특성을 찾아 현대 디자인에 적용하는 등, 국제적인 전시와 포럼 등을 통해 그 목적을 실천해왔다.
OCDC는 공예와 디자인의 경계를 뛰어넘어 옻칠을 통해 미래를 위한 디자인을 제시하고자 이번 전시를 기획했으며, 이번 전시에 앞서 지난 해 밀라노 디자인 위크 기간에는 ADI 뮤지엄에서 ‘DBEW FORUM 2023’를 개최, ‘Design Beyond East and West’를 주제로 아시아 디자인의 방향성을 제시하면서 밀라노 현지 디자인계와의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OCDC가 우리의 전통문화 기술인 옻칠을 일상의 기능 가구에 적용해 현대의 생활문화 특성에 맞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실현하는 디자인을 알리고 시공간을 뛰어넘는 현대적 생활 디자인의 가치를 확산시키고자 기획한 것으로, 광주디자인비엔날레, ㈜한진, ㈜대한항공, ㈜퍼시스의 후원으로 이루어졌으며, 디자이너와 공예 명장들의 협업으로 이루어진 전 과정을 통해 디자인 콜라보레이션의 새로운 방법을 제시, 현대적 가구 기능에 지속가능한 소재로서의 옻칠과 한국의 미학을 접목시킴으로써 동, 서양을 넘어서는 디자인을 보여주었다.
동양과 서양을 넘어서는 한국의 미학을 보여준 ‘DBEW전’은 옻칠을 새롭게 바라보며 옻칠을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생활 가구의 주요 소재이자 미래를 위한 소재로 제시했다. 이러한 시도에 현지인들은 물론 전세계 디자인 관계자들은 옻칠이 지닌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주목했다.
(사)한국디자인단체총연합회 김현선 회장은 이번 전시에 대해 “아시아의 문화적 가치와 아이덴티티에 대해 작품으로 표현했다. 옻칠은 사람을 위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디자인의 이념을 그대로 담고 있는 소재다. 동서양 디자인 교류는 디자인을 넘는 그 이상의 가치를 위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시 전경
디자인 강국 밀라노에서 전세계 디자인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디자인 관계자들 역시 이번 전시와 옻칠이 선보인 새로운 면모에 대해 놀라움을 표하며 미래를 이끌 소재로 평가했다. 지속가능성에 대해 주목하고 있는 세계적인 큐레이터 로사나 올란디는 옻칠의 지속가능성과 옻칠만이 구현할 수 있는 아름다운 미감과 깊은 컬러감에 대해 경의를 표했다.
전시 전경
국민대 석좌교수이기도 한 세계적인 디자이너 스테파노 지오반노니는 이번 전시에 참여, 한국의 옻칠 장인과의 협업을 통해<OD 노을>을 선보였으며, 그라데이션 기법을 제안하기도 했다. 스테파노 지오반노니와의 협업을 통해 이루어진 옻칠 그라데이션 기법은 옻칠 작업에 대한 한계를 새롭게 정의했고, 현대인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모듈화를 통한 조립과 해체 등의 가구 제작방식은 옻칠 가구의 실용성과 활용성을 증명했다. 뿐만 아니다. 한국의 옻칠은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미래를 위한 지속가능한 소재로 주목을 받았다. 디자이너 스테파노 지오반노니와는 OCDC 연구소 초기때부터 인연이 되었다. 연구소 및 작품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www.ocdc.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 기사에서는 세계적인 큐레이터 로사나 올란디 & 니콜렛타 부르뇨니와 이번 전시를 초청한 ADI 뮤지엄의 루치아노 갈림베르티 회장과의 인터뷰를 전했다. 이번 기사에서는 직접 이번 전시에 디자이너로 참여, 한국 장인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옻칠 가구를 선보인 세계적인 디자이너 스테파노 지오반노니와의 인터뷰를 전한다.
DBEW 인터뷰 ③_ 디자이너 스테파노 지오반노니(Stefano Giovannoni)
Q. 이번 전시에서 한국 옻칠 장인과의 협업을 통해 작품 <OD 노을>을 선보이셨습니다. 기존의 작품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나의 디자인 작업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기업의 투자로 다수가 쉽게 얻을 수 있는 산업 디지인과 갤러리 공간 같은 럭셔리 시장에 제안되는, 산업 디자인에 비해 독점적인 디자인이다. 이번 DEBW전을 위해 제작한 <노을>은 후자에 속하는 작업으로 한국 장인정신의 자질이 내포된 개인적으로도 매우 의미 있는 작품이다.
Q. 이번 전시는 지속가능한 자연 소재로서의 옻칠이 미래 가구 디자인의 마감재로 사용될 수 있도록, 현대 생활에 있어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기획이 됐습니다. 옻칠의 디자인이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옻칠을 활용한 디자인은 장인의 작업으로, 특정 수준의 기술을 의미한다. 대량 생산하는 디자인과는 이미 다르다. 하지만 이번에 장인과의 협업을 경험하면서 대량 생산이 아닌 디자인 제작의 한계에 대한 디자인 제작의 내부 개선의 가능성을 보았다. <노을>을 만들면서 그라데이션 기법을 제안했는데 장인이 이를 구현한 것이 그렇다. 전통 옻칠에서는 시도된 적이 없는 기술이다. 이것이 전통 기술과는 또 다른, 트렌드를 향한 혁신적 통합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Q. 공예 명장들과 디자이너 간의 협업을 통해 작업의 전과정이 이루어졌습니다. 산업 양산의 기법과 수작업 기법의 장점을 최적화한 장인들과의 제작 공정을 통해 디자인 콜라보레이션의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고자 기획됐는데, 콜라보 과정에 참여하면서 어떤 점을 느끼셨나요?
디자이너는 언제나 기업, 장인들과 협업한다. 늘 그 사이에 알맞은 다이얼로그를 찾아야한다. 이번 협업에서 오픈 마인드적 태도, 다양한 시도에 대한 가능성을 엿봤다. 디자이너와 생산의 협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다.
Q. 동양과 서양의 서로 다른 문화의 결합이라는 전시의 취지 측면에서, 이번 작품에 참여하며 한국의 장인정신에 대해서 새롭게 느끼셨을 것 같은데요, 서양과 같으면서도 달랐던 점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이탈리아가 최고 수준의 크래프트맨쉽의 나라임은 틀림없다. 디자인의 나라, 이탈리아는 역사적으로 중, 소규모의 다양한 산업이 발달했고, 이들이 개성 있는 장인 정신을 구현하는데 신중을 기하기 때문이다. 반면 이번 경험을 통해 동양의 통합된 기술을 경험했다. 오랜 세월을 거치며 오늘날 심오한 기술로 발전된 한국의 장인정신이 무척 흥미로웠다. 이는 문화적 모델의 본능적인 개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 점에서 이탈리아와 한국이 각각의 관점에서 긍정적이고 섬세한 장인정신을 표현한다고 믿는다.
Q. 이번 전시 참여가 앞으로의 디자인 세계와 디자인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다른 문화, 다른 장인정신에 대한 경험은 분명 흥미롭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DEBW의 추후 작업 과정은 더욱 진화할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멀티 협업이 그 첫 발을 내딛였다. 이는 시리즈 형식 등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흥미롭다.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yjchoi@jungle.co.kr)
통역 및 현지 진행_ 노영아(Young ah Roh)
사진제공_ OC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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